내 몸을 처음 자세히 들여다봤을 때의 낯섦과 불안
처음 질 분비물이 생겼을 때, 팬티가 젖어 있는 걸 발견하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나요? ‘이게 뭘까?’, ‘냄새가 나는 것 같아…’, ‘혹시 병에 걸린 건 아닐까?’
혹은 거울을 통해 처음 내 외음부를 봤을 때, 그 모습이 예상과 너무 달라 깜짝 놀란 적 있나요? ‘이렇게 생긴 게 맞는 걸까?’, ‘왜 색이 이런 거지?’, ‘나는 다른 애들과 다른 건 아닐까?’
이런 질문들은 대부분 여자아이들이 혼자 속으로 반복하는 질문들이에요. 학교에서조차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어른들도 대놓고 이야기하지 않는 주제이기 때문에, 많은 아이들은 내 몸이 이상한 건 아닐까 하고 조용히 불안을 키워요.
실제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교 고학년~중학교 여학생 중 약 64%가 “성기에 대한 의문이나 불안을 느낀 적 있다”고 답했지만, 그중 82%는 “그 질문을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다”고 응답했어요. 즉, 너무도 많은 아이들이 몸의 변화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대신 스스로를 탓하거나 불안에 빠지는 것이에요.
그러나 말해주고 싶어요. 너의 몸은 지금 아주 잘 자라고 있어요. 이상한 것도, 더럽거나 부끄러운 것도 아니에요. 사춘기의 몸은 원래 낯설고 혼란스러워요. 하지만 그건 잘못된 변화가 아니라, 어른이 되어가기 위한 자연스럽고 건강한 과정이에요. 중요한 건, 그 변화 하나하나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예요.
질 분비물, 외음부 변화… 전부 다 정상이에요
사춘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느끼게 되는 변화 중 하나가 질 분비물이에요. 팬티에 투명하거나 하얀 액체가 묻어 있고, 습한 느낌이 들기도 해요.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양이 점점 많아지는 시기도 있어요. 이런 변화는 대부분의 여자아이들이 겪는 완전히 정상적인 생리 현상이에요. 질 분비물은 질 내 환경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해로운 균의 침입을 막는 역할을 해요. 마치 눈물이나 침처럼, 몸을 보호하기 위한 분비액이에요.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에 따르면, 사춘기 초기에 질 분비물은 에스트로겐 호르몬의 증가로 인해 자연스럽게 생기며, 월경 시작 6개월~1년 전부터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해요. 양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생리 전후나 스트레스, 피로에 따라 늘거나 줄 수 있어요. 중요한 건 냄새가 너무 심하거나 색이 노랗고 가려움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걱정할 필요 없다는 거예요.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런 변화를 겪으면서도, “이건 더러운 거야”, “병에 걸린 거 아닐까?”라고 오해하게 돼요. 그런 오해는 몸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기도 해요. 하지만 이 분비물은 몸이 건강하다는 신호예요. 자궁과 질이 제 기능을 하고 있고, 앞으로 생리할 준비가 되고 있다는 뜻이에요.
외음부의 변화 역시 처음 보면 낯설고 당황스러울 수 있어요. 특히 거울로 봤을 때 양쪽 모양이 다르거나, 색이 갈색빛을 띠거나, 피부가 울퉁불퉁한 걸 보고 “이거 이상한 거 아니야?”라고 느끼기 쉬워요. 그런데 말해주고 싶어요. 그건 전부 정상이에요. 외음부의 모양은 사람마다 정말 다양해요. 크기, 색, 형태가 모두 다르고, 좌우 대칭이 아니더라도 전혀 문제 없어요. 피부 색도 사춘기에 호르몬 분비가 활발해지면서 점점 어두워지거나 붉은 기를 띠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에요.
외음부의 구조는 눈에 보이는 대음순, 소음순, 음핵, 질 입구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모양은 마치 얼굴처럼 사람마다 고유하게 생겨 있어요. 어떤 친구는 소음순이 튀어나와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떤 친구는 아주 작게 보이기도 해요. 인터넷에서 본 이미지나 성인 콘텐츠에서 나온 그림은 대부분 성형된 것이거나 매우 제한된 외형만을 보여줘요. 그걸 기준 삼아 자신의 몸을 보게 되면, 왜곡된 비교로 인해 자신을 잘못 판단하게 돼요.
그리고 중요한 건, 이 모든 변화가 건강한 성기능, 월경 주기, 임신 능력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거예요. 내가 어떻게 생겼든, 어떤 색이든, 내 몸은 나름대로 잘 기능하고 있고, 아주 잘 작동하고 있어요.
몸에 대해 더 알수록 불안은 줄고, 존중은 자라나요
우리가 불안을 느끼는 건 ‘몰라서’인 경우가 많아요. 몸이 보내는 신호를 잘 모르니까, 내 몸이 나에게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지 알 수 없어서, 우리는 불안을 만들어내요. 그리고 그 불안은 몸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지고, 부끄러움이 되고, 심하면 자기혐오로 변하기도 해요. 하지만 몸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면, 오히려 마음은 편안해지고, 불안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어요.
이 시기엔 엄청나게 많은 감정이 찾아와요. 기분이 들쭉날쭉하고, 감정이 자주 폭발하고, 이유 없이 울고 싶기도 해요. 그것도 모두 몸의 변화와 관련 있어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증가하면,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민감하게 반응하게 돼요. 이건 정상이자, 우리가 겪는 ‘성장’이에요.
성에 대한 궁금증도 자연스럽게 늘어요. 내 몸을 더 알고 싶고, ‘이런 감정은 뭘까?’, ‘이런 반응은 괜찮은 걸까?’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돼요. 이런 시기일수록 중요한 건 비교하지 않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예요. 내 몸이 어떤지를 남과 비교해서 평가하지 않고, 변화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그게 바로 자존감의 출발점이에요.
지금은 네 몸이, 네 감정이, 네 마음이 아주 빠르게 자라고 있어요. 그 성장 속에서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앞으로의 삶에 큰 영향을 줄 거예요. 내 몸에 대해 알아가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곧 성교육이고, 관계를 배우는 첫걸음이에요.
💛 지금 네 몸은 잘 자라고 있어요. 질 분비물도, 외음부의 모양도, 생식기의 색도, 모두 너만의 고유한 특성이에요. 이상한 게 아니에요. 부끄러운 것도 아니에요. 걱정하고 숨기기보다, 이해하고 돌보는 마음이 너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예요. 네 몸은 너의 편이에요. 그리고 너는 지금도 잘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