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움직이는 대상을 보며 혼란스러웠던 나
친구를 바라보는데, 특별한 감정이 생겼어요. 그냥 좋은 게 아니라, 뭔가 더 끌리고, 함께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문득 손이 닿을까 긴장하게 되고, 나도 모르게 시선이 따라가요.
처음에는 그냥 친한 거겠지 생각했어요. 다들 친구 좋아하니까, 나도 그런 거겠지.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느낌이 달랐어요. "이건 친구를 좋아하는 거랑 좀 다르잖아?" 하고 느끼면서 마음 한구석에 불안이 싹텄어요. “설마 내가...?”, “이런 감정은 잘못된 거 아닐까?”,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어요.
사춘기와 청소년기는 감정의 폭이 가장 넓어지고, 가장 예민해지는 시기에요. 성별에 관계없이 누군가에게 끌리는 감정이 처음 찾아올 때, 그 감정이 나를 얼마나 혼란스럽게 만드는지 알아요. 특히 사회는 늘 ‘남자는 여자에게’, ‘여자는 남자에게’ 끌려야 자연스럽다는 신호를 보내니까, 그 틀에 맞지 않는 감정을 느꼈을 때 아이들은 스스로를 이상하게 여기기 쉬워요.
그런데 정말 중요한 사실이 있어요.
네가 지금 느끼는 감정은 잘못된 것도, 이상한 것도 아니에요.
마음은 스스로 움직이는 거예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감정은, 때로는 이유 없이, 조건 없이 찾아와요. 그리고 그건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기준으로 나눌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감정은 그냥 감정이에요. 특별히 설명하거나 변명할 필요도 없어요.
2019년 미국 심리학회(APA)의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기의 성적 끌림은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나타나며, 처음 동성에게 감정을 느꼈다고 해서 반드시 자신의 정체성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요. 즉, 이 시기의 감정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일 뿐, 답을 강제로 내려야 하는 문제가 아니에요.
혼란스러운 건 당연해요. 하지만 그 혼란은 너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너를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과정이에요. 그러니까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우지 말아요. 너는 잘못된 게 아니라, 지금도 잘 자라고 있어요.
성 정체성은 빨리 결론을 내야 하는 문제가 아니에요
많은 아이들이 처음 동성에게 끌리는 감정을 느꼈을 때, 가장 크게 느끼는 불안은 “나 이제 어떤 라벨을 붙여야 하지?”예요. "나는 게이야?", "나는 레즈비언인 거야?", "아니면 바이섹슈얼일까?"
그런데 정말 말해주고 싶어요. 성 정체성은 절대 서둘러 결론 내릴 필요가 없어요.
지금 느끼는 감정이 영원히 고정되는 것도 아니고, 당장 어떤 정체성을 선언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에요.
성 정체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스스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가요. 때로는 감정이 변할 수도 있고, 또 때로는 오랫동안 일정하게 유지될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느끼는 감정을 억지로 없애려고 하거나, 반대로 무리하게 이름을 붙이려 하지 않는 거예요. 그냥 있는 그대로, 내 마음이 어디로 흐르는지 조용히 지켜보는 거예요.
2016년 미국 전국청소년건강조사(Youth Risk Behavior Survey)에 따르면, 스스로를 이성애자라고 생각했던 청소년 중 11%가 일생 동안 한 번 이상 동성에게 감정적 끌림을 느꼈다고 보고했어요. 반대로, 동성에게 끌림을 느꼈던 청소년 중 일부는 성인이 된 후 다른 성별에 끌림을 느끼기도 했어요. 즉, 감정은 유동적일 수 있고, 정체성은 유연하게 변할 수도 있다는 거예요.
이걸 틀린 것도, 부끄러운 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그만큼 인간의 감정은 복잡하고, 다양하고, 아름다운 거예요. 나를 서둘러 규정하려 하지 말아요. 성 정체성은 시험처럼 정답을 빨리 찾아야 하는 게 아니라, 마치 긴 여행처럼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에요. 오늘은 이렇고, 내일은 다를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그 모든 여정이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걸 잊지 않는 거예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 자신을 존중하는 거예요
내가 동성에게 끌리는 감정을 느꼈을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감정을 부정하거나 감추려 애쓰는 게 아니에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를 존중하는 거예요.
내가 느낀 감정은 나의 일부에요.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그게 바로 나를 아끼는 출발점이에요.
세상은 여전히 성적 소수자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어요. 그 편견이 두려워서,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를 숨기거나 부정하려 해요. 하지만 정말 말해주고 싶어요. 너는 숨겨야 할 존재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존중받아야 할 존재야.
지금 네가 느끼는 감정이 어떤 모습이든, 그걸 통해 너는 더 너 자신을 알아가고 있어.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굉장히 용기 있는 일이야.
만약 믿을 수 있는 어른이나 친구가 있다면, 조심스럽게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누군가와 나의 감정을 나누는 것은, 스스로를 지지하고 받아들이는 데 큰 힘이 돼요. 그리고 만약 그런 사람이 아직 없다면, 괜찮아요. 지금은 혼자여도, 너는 충분히 강하고, 언젠가 더 많은 지지와 연결을 만나게 될 거예요.
💛 동성에게 끌리는 것 같아 혼란스러웠던 당신, 괜찮아요. 그 감정은 당신을 이상하게 만드는 게 아니에요. 나를 더 이해하고, 나를 더 사랑하게 만드는 길이에요. 서두르지 말아요. 지금은 그냥 내 마음을 천천히 바라보는 시간이에요. 모든 감정은 소중하고, 모든 감정은 당신의 일부예요. 그리고 당신은, 있는 그대로 충분히 소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