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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관심 갖기 시작한 아이, '민망함' 대신 해줄 수 있는 말

by lloooopsll 2025. 4. 19.

몸에 관심 갖기 시작한 아이, '민망함' 대신 해줄 수 있는 말

 


 

아이의 변화보다 먼저 당황하는 건 부모일 수 있어요

“엄마, 나 가슴이 좀 나온 것 같아.”
“아빠, 내 몸에 털이 나고 있어.”
처음 아이가 자신의 몸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많은 부모는 반가움보다 당황이 먼저 앞선다.
‘이걸 뭐라고 받아쳐야 하지?’
‘지금 너무 어린 거 아닌가?’
이런 고민 끝에 무심코 “아직 몰라도 돼” 또는 “그런 건 신경 쓰지 마”라는 말을 꺼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그 순간은 아이에게 정말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
몸의 변화에 대해 처음 느끼고, 그 감정을 부모와 나눠보고 싶었던 용기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런 시점에서 부모가 적절한 말을 건넨다면, 몸과 마음 모두가 자라고 있는 아이에게 안정감과 자존감을 줄 수 있다.

사춘기 초입의 아이들은 자신의 몸이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부터 아주 민감하게 알아차린다.
가슴이 올라오고, 겨드랑이에 털이 나고, 생리나 몽정 같은 변화가 시작된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은 이런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제 성에 대해 말할 때인가?’ 하는 부담감에 입을 닫거나, 때로는 부끄러워 고개를 돌리곤 한다.
그러나 성은 그 자체로 부끄러운 것이 아니며, 몸에 대한 이해는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부분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춘기 이전 아동의 약 70%가 이미 자기 몸의 변화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은 부모에게 이야기해보고 싶지만 “엄마 아빠가 당황할 것 같아서”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아동 청소년 성인식 및 교육 실태조사』, 2022).
이 수치는 성교육보다 더 중요한, 관계의 분위기와 말하기의 공간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결국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첫 번째 일은, 몸에 대해 궁금해하는 아이를 보고 당황하기보다는,
“그런 변화가 시작됐구나”라는 반응으로 인정해주고 함께 기뻐하는 자세다.
사춘기는 단순한 신체 변화가 아니라, 정체성과 자존감이 함께 자라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민망해하지 않아도 되는 대화, 말보다 ‘태도’가 먼저예요

아이들은 생각보다 부모의 얼굴을 잘 읽는다.
표정, 어조, 말끝의 미묘한 떨림까지 알아차리고, 부모의 반응이 곧 자기 몸에 대한 판단이라고 느낀다.
만약 엄마 아빠가 자신의 변화 앞에서 민망해하거나 고개를 돌린다면, 아이는 그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여 “나는 뭔가 이상한가 보다”라고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딸아이가 “가슴이 좀 불편해졌어”라고 말했을 때,
“이제 브래지어 입을 나이가 됐나보다”라고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부모와
“그런 얘기 왜 해?”라며 얼버무리는 부모의 반응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한 초등학교 5학년 딸을 둔 엄마는 아이가 처음 가슴에 대해 말했을 때 순간 얼어붙었지만, 곧 웃으며 “엄마도 네 나이쯤에 그런 느낌을 처음 알게 됐어. 불편하지 않게 도와줄게”라고 말해주었다. 그 후로 아이는 사춘기의 여러 변화에 대해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며, 몸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이처럼 아이의 몸에 대한 반응은 단지 ‘정보 전달’이 아니라 정서적 수용이다.
즉,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부모가 어떻게 함께 느껴주는가가 핵심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모는 스스로의 불편함이나 민망함을 인정하면서도, 내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응원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소아과학회(AAP)에서는 사춘기 아이와의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 정확한 용어 사용, 그리고 안정적인 분위기 조성이라고 밝히고 있다(출처: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2020).
단지 “몸이 변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것을 넘어서, “그 변화를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 누구나 겪는 거고, 엄마 아빠도 겪었어”라는 태도가 아이에겐 가장 큰 힘이 된다.


아이의 몸은 아이의 것, 존중을 가르치는 첫 시작

아이가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건 그 말을 어떻게 하느냐, 그리고 어떤 메시지를 담느냐이다.
몸에 대해 궁금해하고 변화에 민감해지는 시기에, 아이는 부모로부터 다음의 두 가지를 배우게 된다.
첫째는 “내 몸은 소중하다”, 둘째는 “이 몸은 내 것이다”라는 인식이다.

이 두 가지 인식이 잘 형성되면, 아이는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건강한 경계를 세울 수 있다.
“싫은 터치는 거절해도 돼”, “네 몸은 네가 결정할 수 있어”라는 말은 단순한 성교육을 넘어 자기결정권과 인권의 기초가 된다.
이는 사춘기를 넘어, 청소년기와 성인기까지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태도다.

한 상담 사례에서, 아이가 자기 몸에 관심을 가지며 자위나 옷차림을 달리하는 것에 대해 부모가 반복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아이는 점점 몸을 숨기고,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며, 심리적 위축을 보이게 되었다. 반대로 “네가 너 자신을 돌보는 방식이구나”라고 말해주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몸의 변화에도 불안을 느끼기보다는 자기 몸을 지키고 가꾸는 일에 긍정적인 태도를 가졌다.

아이의 몸에 대한 말은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아이의 삶에 대한 안내이기도 하다.
그 말을 어떻게 건네느냐에 따라 아이는 자신을 ‘숨겨야 할 존재’로 느낄 수도, ‘스스로 돌볼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할 수도 있다.

💛 부모의 한마디가 아이의 몸을 바라보는 눈을 바꿀 수 있어요. 민망함이 아닌 따뜻함으로, 침묵이 아닌 이해로 시작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