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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임신 중절, 부모가 알아야 할 법적 절차와 감정 지원

by lloooopsll 2025. 5. 4.

갑작스러운 고백, 부모가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충격’이 아니라 ‘결정’입니다

“엄마, 나 임신한 것 같아...”
이 한 문장은 가족 전체의 시간과 공기를 단숨에 바꿔놓는다.
혼란, 충격, 걱정, 분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소용돌이처럼 밀려오지만, 부모는 그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현실적인 결정을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된다. 특히 미성년자인 자녀가 임신을 했을 경우, 법적 절차와 감정적인 돌봄 모두를 함께 준비해야 하기에 부모의 역할은 더욱 무겁고 복잡하다.

이 글은 판단을 앞두고 있는 부모에게 법적인 정보와 감정적인 지지를 동시에 안내하고자 쓴 글이다.
정확한 정보를 알고 나면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안이 조금은 줄어들 수 있고, 감정적인 반응이 가라앉으면 아이와의 대화도 조금씩 가능해진다.

 

미성년자 임신 중절, 부모가 알아야 할 법적 절차와 감정 지원
미성년자 임신 중절, 부모가 알아야 할 법적 절차와 감정 지원


미성년자 임신 중절, 현재 가능한가요? 필요한 절차는 무엇인가요?

2021년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가 위헌 판결을 받으면서, 형법상 낙태에 대한 처벌 조항은 현재 효력을 상실한 상태다. 이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형사 처벌 없이 임신 초기 중절 시술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 다만, 관련 세부 법안(모자보건법 등)은 아직 정비되지 않아 의료 현장에서는 병원별로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시술 가능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미성년자의 경우, 법적으로는 부모 동의 없이도 임신중절 시술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현재의 흐름이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부모 동의서나 보호자 동반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단순히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미성년자의 의료 결정 능력과 회복 이후의 정서적·신체적 지원을 고려한 조치이기도 하다.

임신중절 시술은 일반적으로 임신 주수에 따라 방법과 의료기관이 달라진다.

  • 12주 이내: 일반적인 약물 또는 간단한 수술적 방법으로 가능
  • 12~24주 사이: 고위험군에 해당하며 일부 병원에서만 가능
  • 24주 이후: 태아 생존 가능성 때문에 대부분 시술 불가 (의료적 응급 사유 제외)

따라서 아이의 임신 사실을 확인했다면 가능한 한 빨리 산부인과에 방문하여 정확한 임신 주수와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병원에서는 초음파로 주수를 확인하고, 상담을 진행한 후 시술 가능 여부를 설명한다. 아이가 산부인과 방문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한다면, 가까운 청소년 상담센터나 보건소를 통해 1차 상담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부모는 ‘동의’ 여부보다 먼저 아이의 선택을 함께 듣고, 그 결정을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법적으로 허용된다고 해도, 정서적으로는 매우 큰 상처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해서 임신 중 검사와 심리적 불안을 함께 다룬 [PGT검사 결과 기다리는 동안, 꼭 알아야 할 주의사항] 글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떻게 감정과 판단을 분리할 수 있는지를 현실적으로 담아낸 글이다.


아이를 돕는 방법은 ‘결정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있어주는 것’

미성년자가 임신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감당하기 힘든 심리적 무게를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자책, 수치심, 두려움, 그리고 부모에게 알리는 것조차 큰 용기가 필요했던 순간.
부모가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화를 내기보다 ‘무서웠겠구나’ 하고 안아주는 것이다. 이 한 문장이 아이에게는 세상을 다시 붙잡는 손길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 다음 단계는 아이의 결정이 무엇이든 존중하면서,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임신중절이라는 결정은 단지 ‘시술’ 하나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아이의 몸, 감정, 앞으로의 관계, 그리고 자기존중감까지 모두 흔들릴 수 있다.
이런 경험은 제대로 된 정서 지원 없이 지나가면, 자존감 저하, 대인기피, 자해 충동, 우울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시술 이후에는

  • 학교생활 복귀 전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돕거나
  • 몸의 회복 기간 동안 충분한 휴식과 영양 섭취를 지원하고
  • 무엇보다 ‘혼자 잘못한 일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해야 한다.

청소년 성교육과 자위·성적 감정에 대한 건강한 접근을 다룬 [자위가 나쁜 건가요? 멈춰야 할까요?] 글에서는 감정과 행위를 구분해 설명하고, 자책과 수치심 없이 다가가는 언어를 다루고 있어 함께 읽어보면 좋다.

정서적으로 매우 위태로운 시기일수록, 부모가 먼저 차분하고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큰 힘이 된다. “그건 너한테 실망해서가 아니야, 네가 겪고 있는 감정을 지켜주고 싶어서야”라는 말을 해줄 수 있다면, 아이는 부모라는 안전망 안에서 다시 자신을 회복해 나갈 수 있다.


💛 아이가 실수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더 큰 두려움 속에서 이야기를 꺼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아이가 바라는 것은 판단이 아니라 ‘함께 결정해주는 어른’, 결정 이후에도 옆에 있어주는 어른일 것이다.
미성년자 임신 중절은 사회적으로, 정서적으로, 법적으로 모두 어려운 문제이지만, 부모의 따뜻한 지지와 정확한 정보가 있다면 충분히 ‘상처는 작게, 회복은 빠르게’ 만들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