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성적인 장면에 흥분돼요. 잘못된 건가요?

by lloooopsll 2025. 4. 30.

나도 모르게 반응한 내 몸, 부끄럽기만 한 내가 잘못된 걸까요?

TV나 드라마, 웹툰, 혹은 우연히 마주친 영상 속 성적인 장면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뛰고, 가슴이 답답하거나, 배 아래가 이상하게 간질간질한 느낌이 든 경험이 있었나요? 그 순간, 많은 아이들이 당황해요. “어? 나 지금 흥분한 거야?”, “이거 이상한 장면이었는데 내가 반응한 거잖아…”, “나 이상한 걸까?”, “내가 음란한 건가?” 이런 생각이 스치면서 얼굴이 붉어지고, 혼자만의 죄책감과 부끄러움에 사로잡히죠. 사실 이 반응은 정말 많은 청소년들이 겪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경험이에요. 그런데 그 사실을 잘 모르기 때문에, 대부분은 이런 감정을 숨기고, 오해하고, 스스로를 탓하곤 하죠. 성적인 자극에 대해 반응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이상한 사람’, ‘나쁜 사람’으로 여기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그건 분명한 오해예요. 그리고 누군가는 이 오해를 바로잡아 줘야 해요. 나는 오늘 그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어요.

사춘기, 그러니까 몸과 뇌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도기에는 아주 많은 변화가 한꺼번에 일어나요. 겉으로 보이는 키, 가슴, 체모 같은 신체적 변화뿐만 아니라 감정과 감각, 그리고 뇌의 반응 방식도 빠르게 달라져요. 특히 성 호르몬이 활발해지면서 이전에는 별다른 느낌이 없던 장면이나 대화, 이미지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죠. 이건 네가 음란해서도 아니고, 유난해서도 아니에요. 오히려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에요. 성적인 장면을 보고 몸이 반응하는 건 의지가 아니라 생리적인 과정이에요. 다시 말해, 내가 ‘원해서’ 반응한 게 아니라, 몸이 먼저 반응한 것뿐이에요. 예를 들어 남학생이 갑작스레 발기하게 되거나, 여학생이 질 분비물을 경험하는 것도 성적 자극 때문이 아닐 수 있어요. 긴장, 스트레스, 수면 주기, 또는 단순한 호르몬 변화로도 그런 반응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어요.

이걸 듣고 놀랐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럼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맞아요. 절대 너만 그런 게 아니에요. 단지 아무도 말을 하지 않을 뿐이에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2021년 성의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약 78%가 “성적인 장면을 보고 당황하거나 신체 반응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어요. 그러나 그중 대부분이 “이런 경험을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다”고 했죠. 너무 자연스럽고 흔한 경험인데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걸 혼자만의 비밀로, 부끄러움으로 안고 지내고 있어요.


성적인 장면에 흥분돼요. 잘못된 건가요?
성적인 장면에 흥분돼요. 잘못된 건가요?

신체의 반응과 감정은 다를 수 있어요. 내가 느낀 건 이상한 게 아니에요

우리가 살아가며 느끼는 감정과 몸의 반응은 항상 일치하지 않아요. 공포 영화를 보며 두려움을 느끼지만, 실제로 죽음이나 피를 원하는 건 아니죠. 슬픈 장면을 보고 울기도 하지만, 슬퍼지기 위해 그 영화를 보지는 않아요. 성적인 자극 역시 마찬가지예요. 신체는 자극에 반사적으로 반응할 수 있어요. 이건 우리 뇌의 구조와 관련돼 있어요. 뇌의 보상중추는 자극적인 요소에 빠르게 반응하고,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며 흥분 상태가 유도돼요. 이 반응은 우리가 ‘원해서’가 아니라 자극 자체에 의해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심리학자 폴 블룸(Paul Bloom)은 “감각과 감정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움직인다”고 말했어요. 즉, 어떤 감각적인 자극에 흥분했다고 해서 그 감정까지 부도덕하거나 비정상적인 건 아니라는 뜻이에요. 문제는 그 반응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루느냐에 있어요. 내 몸이 성적인 장면에 반응했다고 해서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에요. 중요한 건, 그 순간에 내가 느낀 감정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예요. 만약 그 감정을 부끄럽다고 여겨 억누르기만 한다면, 그건 곧 자기 자신을 거부하게 되는 것이기도 해요. 오히려 “지금 내 몸이 이렇게 반응했구나”, “이런 감정을 처음 경험하네” 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나를 지키는 방법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모든 자극에 반응해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에요. 반응 자체는 자연스럽지만,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해요. 지나치게 성적인 자극에 노출되거나, 그 반응을 억누르려다 오히려 더 큰 불안에 빠지는 건 건강한 성장을 방해할 수 있어요. 내가 무엇을 보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 조용히 들여다보는 연습이 필요해요. 그게 바로 성숙이라는 거예요.


감정과 반응을 배워가는 시기, 이상한 게 아니라 자라고 있는 거예요

지금 너는 ‘처음’이라는 수많은 감정과 마주하고 있어요. 처음 느껴보는 감각, 처음 반응한 몸, 처음 떠올린 질문들. 그래서 더 당황스럽고, 어쩌면 무섭기도 할 거예요. 하지만 꼭 말해주고 싶어요. 지금 네가 느끼는 감정은 전혀 이상한 게 아니에요. 이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반드시 필요한 경험이에요. 단지 그 감정과 반응이 처음이라서, 그리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서, 네가 혼자 이상하다고 느꼈던 거예요.

성 반응은 감정, 신체, 상상, 기억이 복잡하게 얽힌 반응이에요. 그리고 이건 누구에게나 다르게 나타나요. 어떤 사람은 쉽게 반응하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누군가는 성적인 장면에 강하게 끌리고, 누군가는 전혀 반응하지 않기도 해요. 그건 그냥 모두 다른 방식으로 자라고 있는 거예요. 누구 하나가 더 정상이거나, 더 이상하거나 그런 게 아니에요.

2018년 미국 성교육협회(Planned Parenthood)의 보고서에 따르면, “성적 자극에 대한 반응은 개인차가 매우 크며, 청소년기에는 반응의 강도나 빈도도 급격히 변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또한 “이러한 반응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감정을 이해하는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어요. 중요한 건 자극을 느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감정을 통해 내가 나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예요.

그러니 혹시라도 성적인 장면을 보고 흥분했더라도, 그건 네가 ‘문제 있는 사람’이라서가 아니에요. 오히려 네 몸이 자라고 있다는 증거고, 이제 너는 그 감정을 다룰 수 있는 힘을 조금씩 키워야 하는 시기에 있는 거예요. 그리고 그런 너를 판단하거나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너는 이미 충분히 괜찮고, 지금도 잘 자라고 있어요.

 

💛 성적인 장면에 흥분한 나, 이상한 게 아니에요. 내 몸이 반응했고, 내 감정이 그것을 인식했을 뿐이에요. 처음이라서 낯설 수 있어요. 불안하고 당황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게 곧 나쁜 게 되는 건 아니에요. 그 반응을 바라보는 너의 시선, 그게 곧 네가 성숙해지고 있다는 증거예요. 그러니 걱정하지 말아요. 너는 괜찮아요. 언제나 그랬듯, 지금 이 순간도 잘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