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립션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 MS)은 흔히 성인에게 나타나는 자가면역성 신경계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소아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18세 미만의 어린이에게 발병하는 경우 **소아 다발성 경화증(Pediatric MS)**으로 분류되며, 그 증상과 진행 과정은 성인과 다를 수 있다.
이 질환을 처음 접한 부모라면 아이의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학업과 사회생활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될지, 그리고 부모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막막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아이가 성장하면서 신체적 증상뿐만 아니라 인지적, 정서적 변화를 경험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소아 다발성 경화증을 가진 아이가 성장하면서 겪는 신체적, 인지적 변화와 이에 대한 대처법을 부모의 입장에서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1. 신체적 변화: 피로, 운동 장애, 재발 가능성
다발성 경화증은 중추신경계(뇌와 척수)를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수초(Myelin)가 손상되면서 다양한 신체적 증상이 나타난다.
① 만성적인 피로
소아 MS 환자의 상당수는 극심한 피로를 호소한다. 어른들이 "좀 쉬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생각하는 수준이 아니다. 신경계의 염증이 뇌의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아이는 아무 이유 없이 기진맥진한 상태를 겪을 수 있다.
대처법:
- 아이가 피곤해할 때 충분히 쉬게 해주고, 무리한 활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 학교에서 피곤함을 호소할 경우 교사와 협력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 오전보다는 오후에 더 피곤함을 느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학습이나 중요한 활동을 오전에 집중시키는 것이 좋다.
② 운동 장애와 균형 감각 저하
MS로 인해 신경이 손상되면, 아이는 손발의 감각이 둔해지거나 힘을 주기 어려워진다. 계단을 오르거나 뛰는 것이 힘들어지고, 균형을 잡지 못해 자주 넘어질 수 있다.
대처법:
- 물리치료를 꾸준히 진행하여 근육과 균형 감각을 유지하도록 한다.
- 넘어질 위험이 있는 환경(예: 미끄러운 바닥, 가파른 계단)을 최소화한다.
- 아이가 운동을 포기하지 않도록 즐거운 신체 활동(수영, 요가 등)을 함께 시도한다.
③ 증상의 재발 가능성
소아 다발성 경화증은 **재발-완화형(relapsing-remitting MS)**이 대부분이며, 갑작스럽게 증상이 악화되었다가 다시 나아지는 패턴을 보인다. 따라서 부모는 갑작스러운 악화에 대비해야 한다.
대처법:
-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거나 기존 증상이 악화되면 즉시 담당 의사와 상담한다.
- 스트레스와 피로가 재발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줄이는 환경을 조성한다.
- 재발 후 회복 기간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일정에 여유를 두고 생활을 계획한다.
2. 인지적 변화: 학습과 기억력 저하, 집중력 문제
뇌를 공격하는 질환인 만큼, MS를 가진 아이들은 학업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인지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기억력과 집중력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아 학습 과정에서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
① 기억력과 정보 처리 속도의 저하
소아 MS 환자의 약 30~50%는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가 느려지는 증상을 경험한다(Chitnis et al., 2012). 예를 들어,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나중에 기억해내기가 어렵거나, 시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대처법:
- 아이가 기억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그림, 도표, 색깔 코드 등을 활용해 학습 자료를 구성한다.
- 중요한 내용을 반복해서 학습할 수 있도록 학습 시간을 나누어 짧게, 자주 공부하는 방식을 시도한다.
- 필요할 경우 학교에서 시험 시간을 연장해주는 교육적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② 집중력과 주의력 문제
MS를 가진 아이들은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집중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학업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한 가지 일에 오래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해지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대처법:
- 학습 환경을 단순하게 유지하고, 주변의 소음을 최소화한다.
- 짧고 집중적인 학습 세션을 만들어, 20~30분 단위로 학습하고 쉬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 집중력이 필요한 과제는 아이가 덜 피곤한 시간대(주로 오전)에 수행하도록 유도한다.
3. 정서적 변화: 우울감, 사회적 고립
만성 질환을 가진 아이들은 친구 관계에서 위축되기 쉽고, 우울감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다발성 경화증은 보이지 않는 증상이 많아, 친구들이 아이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① 우울감과 불안
MS를 가진 아이들은 자신의 상태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 좌절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소아 MS 환자는 일반 어린이보다 우울증 위험이 2배 이상 높다(Amato et al., 2008).
대처법:
- 아이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부모가 열린 자세로 대화한다.
- 심리 상담이나 그룹 치료를 통해 다른 아이들과 경험을 공유할 기회를 제공한다.
- 아이의 작은 성취도 적극적으로 칭찬하고, 실패에 대해 비난하지 않도록 한다.
② 또래 관계에서의 어려움
아이들이 운동을 잘하지 못하거나 쉽게 피곤해하면, 친구들과 어울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 친구들이 MS에 대해 잘 모른다면, 아이가 소외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대처법:
- 학교 친구들에게 MS에 대한 간단한 교육을 제공하여 아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신체 활동이 적은 보드게임, 독서 모임, 예술 활동 등의 소셜 활동을 추천한다.
- 또래 친구들이 아이를 배려할 수 있도록, 선생님과 협력하여 친구 관계를 형성하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마무리: 아이의 성장과 함께 적응해 나가기
소아 다발성 경화증은 예측하기 어려운 질환이지만, 부모의 꾸준한 지지와 이해가 있다면 아이는 자신의 방식대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 신체적 변화에 맞춰 일상을 조율하고, 학습과 정서적 지원을 병행하면서 아이가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현재 상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함께 최선의 방법을 찾아 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