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때마다 같은 방향으로 머리를 돌리는 우리 아기, 괜찮을까요?
태어난 지 이제 갓 한두 달. 신생아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누운 채 보내요. 수유하고, 트림시키고, 눈 마주치고, 곧바로 또 잠들고. 그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반복되는 가운데, 어느 날 문득 아기의 자세가 눈에 들어와요. 항상 머리를 한쪽으로만 돌리고 자는 모습. 밤에도, 낮잠 잘 때도, 안아줘도, 심지어 안고 있어도 자꾸 그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려고 해요.
그리고 어느 순간, ‘혹시 머리 모양이 한쪽으로 찌그러지거나 납작해지는 건 아닐까?’, ‘이거 그냥 둬도 괜찮은 건가?’ 하는 걱정이 생기기 시작하죠.
사실 이건 정말 많은 신생아들이 보이는 흔한 행동이에요. 신생아는 아직 목을 가누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편한 방향으로 머리를 돌리게 되고, 그 방향이 습관처럼 굳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서울아산병원 소아재활의학과 진료 가이드에 따르면, 생후 2~3개월 이전까지의 영아는 “자세 선호성(torticollis tendency)”을 보이는 경우가 많으며, 특정 방향으로의 습관적인 움직임은 드물지 않다”고 해요.
즉, 고개를 한쪽으로만 돌리는 건 지금 이 시기의 아기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고,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 방향이 너무 오랫동안 반복될 경우, 두개골의 압력 분포가 달라지면서 머리 모양이 비대칭적으로 변형될 수 있어요. 바로 이것이 많은 부모들이 걱정하게 되는 “아기 머리가 납작해지는 건 아닐까”, “돌쯤 되면 헬멧을 써야 하는 건 아닐까”라는 고민으로 이어지게 되는 거죠.
왜 머리 모양이 달라지냐면, 아기의 두개골은 아직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신생아의 두개골은 성인처럼 단단하고 고정되어 있지 않아요. 아직 유합되지 않은 두개골의 판들이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 사이엔 폰타넬(fontanelle, 천문)이라는 공간이 존재해요.
이 덕분에 아기의 머리는 출산 시 산도를 통과할 수 있고, 뇌가 빠르게 자라는 초기 몇 개월 동안 머리 둘레도 함께 유연하게 커질 수 있어요. 그런데 바로 이 유연함이 ‘모양의 변화’를 쉽게 만든다는 특징이 있어요.
즉, 특정 부위에 오랜 시간 압력이 가해지면 그쪽이 눌리면서 납작해지고, 반대쪽은 튀어나와 보이는 형태로 변형될 수 있어요.
이걸 후두 편평증 (Plagiocephaly) 또는 두개 비대칭이라고 해요. 예를 들어, 아기가 항상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잔다면
오른쪽 뒤통수에 더 많은 압력이 가해지고, 그 결과 오른쪽 머리가 평평해지고 왼쪽이 도드라져 보이게 되죠.
정면에서 보면 머리 모양이 살짝 비뚤어져 보일 수도 있고, 귀의 위치도 다르게 보이기도 해요. 이런 경우 무조건 헬멧을 써야 하는 건 아니에요. 대부분은 생후 3~4개월까지 수유 방향, 안아주는 자세, 눕히는 방향 등을 다양하게 바꾸는 것만으로 충분히 자연스럽게 교정될 수 있어요.
한 엄마는 생후 1개월 된 아기가 항상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자서 걱정했어요. 초음파상 문제는 없었고, 병원에서도 “자세만 조금씩 바꿔주시면 돼요”라고 안내받았죠.
그 뒤로는 수유 시 머리 방향을 매번 바꿔주고, 낮에는 배를 깔고 노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줬어요. 3개월 무렵이 되니 아기가 스스로 고개를 더 다양하게 움직이게 되었고, 머리 모양도 점점 균형을 찾아갔어요.
이처럼 대부분의 경우 머리 모양은 아기의 성장과 함께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조절될 수 있어요. 문제는 너무 오래 한 방향에만 머물렀을 때, 그리고 근육의 긴장도나 기울기 이상(사경증)이 있는 경우예요.
아기 머리 모양도, 움직임도 조금씩 다양해지면 괜찮아요
신생아는 생후 3개월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자기 몸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시작해요. 목을 가누기 시작하고,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고, 주변 소리에 반응하며 시선을 따라가기 시작하죠. 그런 의미에서, 지금 아기가 한쪽으로만 머리를 돌리고 잔다면
이건 단지 발달의 어느 한 시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에요. 이 시기에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건
- 수유할 때 반대 방향으로 안아주기
- 기저귀 갈 때 고개를 다양한 쪽으로 유도하기
- 깨어 있는 시간 동안 배 깔고 놀기(턱드미 타임)를 하루 2~3회 짧게 시도하기
- 아기와 눈 마주치는 위치를 좌우 번갈아가며 바꾸기
이렇게 아주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행동 안에서 아기의 머리 움직임을 다양하게 유도해주는 것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머리 모양이 조금 평평해 보여도 그게 아기의 인지나 운동 발달에 영향을 준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는 두개골 비대칭과 발달 지연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결과도 발표돼 있어요.
(출처: Journal of Pediatrics, 2016 – Plagiocephaly and Developmental Outcomes)
그러니 혹시 지금 아기의 머리 모양이 걱정되더라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시기까지 조금 더 여유 있게 지켜봐도 괜찮아요.
💛 한쪽으로만 머리를 돌리는 건, 단지 조금 더 편하다는 신호일 수 있어요. 머리 모양은 성장과 함께 자라고, 균형은 움직임 안에서 찾아갈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