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이유 없이 떠오르는 생각이 불안할 때
어느 날 문득, 아무런 자극도 없었는데 갑자기 야한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있다가도, 버스 창밖을 보다가도, 갑자기 머릿속에 스치듯 그런 상상이 지나가면 나도 모르게 당황하게 돼요.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나 진짜 이상한 거 아냐?”,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게 내가 변태인 건가?” 그렇게 걱정이 밀려들면서 자신을 탓하고, 그 생각을 없애보려 애쓰기도 하죠. 하지만 그럴수록 더 자주 떠오르고, 마음은 더 불편해지곤 해요.
이런 생각이 반복되다 보면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라는 불안이 커져요.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고, 학교에서는 ‘성’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만 다루고, 부모님과는 더더욱 꺼내기 어렵죠. 그래서 이런 고민은 늘 혼자만의 밤에, 조용한 마음속에서만 이어져요. 그런데 정말 말해주고 싶어요. 그런 생각이 드는 건 너만이 아니고, 그건 절대 비정상이 아니라고요.
사춘기는 단지 몸이 자라는 시기가 아니라 감정과 감각, 생각까지 폭발적으로 확장되는 시기예요. 그중에서도 뇌의 보상 중추, 감각 반응 영역은 이 시기에 매우 예민해져요. 그리고 아직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은 덜 발달된 상태죠. 그래서 예측 불가능하게 감정이 출렁이고, 상황과 상관없이 자극적인 상상이 떠오르기도 해요. 즉, 야한 생각이 자주 드는 건 ‘내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내 뇌가 자라고 있어서’예요.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사춘기 시기의 뇌는 새로운 자극에 열려 있고, 그중 성적 호기심은 인간 발달의 핵심적인 본능 중 하나”라고 말했어요. 성적 상상이 자주 떠오른다는 건, 그만큼 너의 뇌가 활발하게 기능하고 있다는 의미예요.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 속에 있는 거죠.
야한 생각이 들 때, 그걸 어떻게 다뤄야 할지 혼란스러워요
야한 생각이 떠오른다고 해서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에요. 중요한 건 그 생각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다루는가예요. 대부분의 사춘기 아이들은 그 생각을 피하려고 해요. “이런 상상을 하지 말아야지”, “더 이상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억누르려 하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럴수록 그 생각은 더 자주 떠올라요. 머릿속에서 지우려 할수록 더 강하게 되살아나는 것, 그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뇌의 반응이에요.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백곰 효과’라고 불러요. “하얀 곰을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면 오히려 그 하얀 곰이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현상이죠. 성적인 생각도 마찬가지예요. 억지로 밀어내려 할수록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나요. 그래서 정말 중요한 건, 그런 생각을 무조건 없애야 한다고 여기지 않는 거예요. 대신 그 생각이 떠오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그걸 어떻게 다룰지를 배워가는 거예요.
야한 생각이 들었다고 해서 그걸 바로 행동으로 옮기거나, 계속 그 상상에 빠져 지내는 건 분명히 문제가 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냥 스쳐 지나가는 감정이나 장면이라면, 그건 지나가는 구름 같은 거예요. “지금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네?” 하고 가볍게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해요. 그게 바로 스스로를 지키고 성장하는 방식이에요.
또한 성적인 상상이 자주 떠오르는 시기에는 뇌가 ‘보상’을 찾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해요. 이 말은 지금 내가 감정적으로 지쳐 있거나, 자극이 필요하거나, 또는 다른 즐거움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스스로에게 “지금 내가 자꾸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뭘까?”를 물어보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에요. 꼭 부끄럽고 숨겨야 할 게 아니라, 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거죠.
이런 내가 이상한 걸까? 아니요, 당신은 정상이에요
청소년기에 자꾸 야한 생각이 드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오히려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더 특이할 수도 있어요.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청소년은 사춘기 이후 하루에 몇 번 이상 성적인 상상을 경험한다고 해요. 2019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의 87%가 “성적인 상상을 해본 적 있다”고 응답했고, 그중 68%는 “하루에 1회 이상 떠오른다”고 답했어요. 이는 단순한 자극 반응이 아니라, 감정과 인지, 자아 탐색이 함께 작용하는 뇌의 자연스러운 반응이에요.
게다가 이런 생각은 나이에 따라 달라지고, 감정 상태에 따라 강도도 달라져요. 시험 기간처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시기엔 더 자주 떠오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호감을 느끼는 시기엔 더 강해지기도 해요. 그러니까 이 모든 게 변화하고 있는 너의 몸과 감정이 보내는 신호일 뿐이라는 걸 기억해줘요. 야한 생각은 ‘비정상적인 마음’이 아니라, 성장의 일부예요.
그렇다고 해서 모든 성적인 생각이나 행동이 다 괜찮다는 말은 아니에요. 성적인 생각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거나, 상상 속 장면에 집착하게 된다면 분명히 조절이 필요해요. 하지만 혼자 조용히 떠오르는 상상 자체는 절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에요. 오히려 그것을 부정하거나 억압하려 하지 말고, “내가 어떤 감정과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이해해보는 게 더 중요해요.
💛 너는 이상하지 않아요. 오히려 지금 이 순간, 나를 알아가고 있는 거예요. 자주 떠오르는 상상에 당황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건 네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너의 뇌가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요.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내가 이상한가?’가 아니라, ‘내가 자라고 있구나’를 기억해줘요. 그리고 언제든지, 혼자 힘들다면 도움을 청해도 괜찮아요. 괜찮은 너에게, 괜찮은 마음이 자라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