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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영상을 보는 나, 괜찮은 걸까요?

by lloooopsll 2025. 4. 29.

우연히 보게 된 영상, 이후 자꾸 생각나는 내가 이상한 걸까?

처음엔 우연히 보게 되었어요. 친구가 장난처럼 보여줬거나, 인터넷을 하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광고를 클릭했을 수도 있어요. 혹은 누군가 "그거 진짜 대박이야"라며 보여준 영상을 따라 본 것일 수도 있어요. 처음엔 당황했지만, 이상하게도 눈을 떼지 못했죠. 그리고 그 장면이 머릿속에 자꾸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갑자기 심장이 뛰고, 얼굴이 뜨거워졌고, 그 장면이 무엇인지 더 알고 싶어졌어요.

이후에도 한 번 더, 또 한 번 더 보게 되었을 때 마음 한구석에서 찜찜한 감정이 생겨났어요. "이걸 왜 또 보고 있지?", "나 이상한 거 아냐?",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자꾸 포르노를 보는 자신이 부끄럽고, 머릿속에 그 장면이 떠오르는 게 불안하기도 했죠. 그런데 중요한 건,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게 너만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 자체로 네가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에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의 84%가 한 번 이상 음란물을 본 적이 있으며, 그중 절반 이상이 "우연히 보게 되었다"고 응답했어요. 특히 남학생의 경우 성호르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13~15세 사이에 성적인 관심이 급증하고, 이 시기에 처음 포르노에 노출되는 비율이 가장 높았어요. 여학생도 최근에는 영상 접근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포르노 접촉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추세예요.

 

문제는 단순히 '봤다'는 사실이 아니에요. 아이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게 되느냐가 더 중요해요. 영상 하나를 봤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음란한 사람인가?" 하고 자책하거나, "이런 장면을 보고 흥분한 내가 잘못된 건가?"라며 두려워하는 것, 이게 바로 지금 청소년들이 포르노보다 더 무서워하는 감정이에요. 그런데 사실 이건 너무 자연스러운 반응이에요. 몸과 뇌가 변화하는 시기에 생긴 감각에 놀라고, 거기에 스스로 놀라는 거예요.

 

결론부터 말하면, 포르노를 봤다고 해서 잘못된 것도, 비정상인 것도 아니에요. 지금은 그저 너의 뇌가, 몸이, 감정이 빠르게 자라나고 있는 중이에요. 대신 이 경험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룰지 배우는 게 더 중요해요.


야한 영상을 보는 나, 괜찮은 걸까요?
야한 영상을 보는 나, 괜찮은 걸까요?

야한 영상은 진짜 사랑과 관계를 보여주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처음으로 접하는 포르노는 대부분 자극적인 영상이에요. 남녀의 관계가 굉장히 격렬하고, 감정보다는 행동이 중심이에요. 빠르고, 과장되고, 때로는 폭력적인 장면도 섞여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게 '성'에 대한 첫 경험이자 기준이 되어버린다는 거예요. 아직 관계를 맺어본 적도 없고, 사랑이 뭔지도 배우는 중인데, 이런 장면이 현실의 성이라고 착각하게 되면, 아주 왜곡된 생각을 갖게 될 수 있어요.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연구팀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시기의 반복적인 음란물 시청은 실제로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형성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해요. 특히 ‘여성이 항상 원한다’, ‘거절은 곧 동의’라는 비현실적인 설정이 현실에서도 가능한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고 경고했죠. 이는 단지 생각의 문제를 넘어서, 나중에 인간관계나 연애, 성관계에서 큰 오해와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포르노는 말 그대로 '만들어진 상상'이에요. 마치 액션 영화처럼 극적으로 연출된 판타지죠. 실제로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성은 감정, 존중, 소통이 모두 함께 있어야 해요. 하지만 포르노는 그런 감정의 과정을 보여주지 않아요. 그래서 그것을 보며 ‘진짜 성은 저런 것’이라고 믿게 되면, 내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될 수 있어요.

 

또한 너무 자주 포르노를 보다 보면, 감정이나 상상 없이 자극만을 좇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뇌는 반복적인 자극에 익숙해지면서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고, 그 결과 현실의 관계나 일상에서는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요. 이런 현상은 미국 뉴욕대 정신의학과 연구팀이 2015년 발표한 논문에서도 확인됐어요. 연구에 따르면, 자극적인 음란물에 자주 노출된 청소년은 뇌의 보상 중추가 과민해져 일반적인 감정 자극에는 반응하지 않게 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해요. 이처럼 단순한 영상 시청이 아니라, 뇌의 구조와 감정 반응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해요.


중요한 건 ‘봤냐 안 봤냐’가 아니라, ‘나를 어떻게 지키느냐’예요

이제 정말 중요한 질문을 해보자. 포르노를 봤다고 해서 나쁜 사람일까? 아니에요. 이미 많은 청소년이 본 경험이 있고, 그 자체는 비정상도, 금지할 일도 아니에요. 중요한 건 그 경험 이후의 태도예요. 그 장면을 단지 자극적인 재미로만 받아들이기보다는, “이건 현실이 아니야”, “이건 상상이고 연출이야”라고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는 힘, 그게 바로 자기 조절력이에요.

 

한 번 본 걸 완전히 잊는 건 어려워요. 가끔 떠오를 수도 있고,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지금 내가 이걸 통해 진짜 원하는 게 뭘까?”, “이건 내가 사랑에 대해 배우고 싶은 건가, 아니면 자극에 끌리고 있는 걸까?” 이런 질문을 해보는 거예요. 이런 연습이 쌓일수록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생겨요.

 

혹시라도 포르노를 보는 게 습관처럼 되어버렸다면, 그걸 끊으려고 애쓰기보다 먼저 자기 감정과 일상을 돌아보는 게 더 중요해요. 요즘 외롭진 않았는지, 지루하진 않았는지, 스트레스를 해소할 곳이 부족했는지, 이런 질문을 통해 자극의 근본 원인을 찾아보는 거예요. 그리고 그 감정을 다른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일상을 바꿔보는 거예요. 운동, 글쓰기, 산책, 친구와 수다, 음악 듣기, 모두 감정 조절을 도와주는 소중한 도구가 될 수 있어요.

 

그리고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 하나. 도움이 필요할 때, 누군가에게 말해도 된다는 사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1388), 학교 상담선생님, 보건교사 등은 이런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어요. 네가 이상한 게 아니라, 네가 지금 자라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그 성장을 지켜보는 어른도 필요한 거예요.

 

💛 포르노를 본 너는 괜찮아요. 중요한 건, 그 장면보다 너 자신이 훨씬 더 소중하다는 걸 기억하는 거예요. 보고 나서 불안한 마음이 생겼다면, 이미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 중이에요. 감정을 알아차리고, 내 마음을 지키려는 그 생각 하나하나가 너를 더 멋지게 만들어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