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립션
아침부터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겨우 눈을 뜨고 아이를 안아 달래며 하루를 시작한다. 밥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고, 옷을 입히고, 씻기고, 재우고…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다 보면 저녁이 된다. 피곤하지만 밀린 집안일이 눈에 밟혀 쉬지도 못한 채 움직인다.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지만, 그의 첫마디는 "오늘 뭐 했어?"다. 순간, 억울함과 답답함이 밀려온다. "내가 하루 종일 한 게 없다고?" 화를 내고 싶지만, 말할 힘도 없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기쁨이면서도 끝없는 노동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아이를 돌보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나는 왜 이렇게 지치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이가 자꾸 떼를 쓰거나 말을 안 들을 때, 순간적으로 짜증이 나면서도 "이렇게 화내면 안 되는데…"라는 자책이 몰려온다.
이런 감정을 느낀다면, 당신은 육아 번아웃(Parental Burnout) 상태일 수 있다. 육아 번아웃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다. 지속적인 육아 스트레스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쳐 무기력해지고, 심할 경우 육아에 대한 회의감까지 드는 상태다. 육아가 힘든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이 번아웃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육아 번아웃,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걸까?
육아 번아웃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하루 이틀 피곤하다고 해서 번아웃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육아 스트레스가 쌓이면 서서히 번아웃이 진행된다.
경험 사례: 18개월 아이를 키우는 한 엄마의 이야기
윤지(가명) 씨는 18개월 된 아이를 키우고 있다. 남편은 주말 부부라 일주일 내내 혼자 아이를 돌보는 상황.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상황이 변했다. 아이는 하루 종일 집 안을 뛰어다니고, 모든 물건을 만지려 했다. 윤지 씨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고, 그로 인해 화장실조차 마음 편히 갈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거실에서 컵을 잡고 흔들다가 깨뜨렸다. 윤지 씨는 순간적으로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이는 깜짝 놀라 울었고, 그제야 윤지 씨는 자신이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아이가 다칠까 봐 화를 냈지만, 사실 그 순간 너무 지쳐서 폭발한 거였어요. 그 후로는 아이가 우는 것만 봐도 짜증이 나더라고요."
이처럼 육아 번아웃은 피곤함을 넘어서 감정적인 소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태를 방치하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다.
연구 결과: 육아 스트레스와 번아웃의 관계
벨기에 루뱅 가톨릭대학교의 연구(2019)에 따르면, 육아 번아웃을 겪는 부모들은 그렇지 않은 부모들보다 우울증 발병률이 3배 높고, 양육 태도도 부정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연구진은 "육아 번아웃을 줄이려면 부모들이 스스로를 돌보는 것이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출처: Mikolajczak, M., Gross, J. J., & Roskam, I. (2019). Parental Burnout: What is it, and why does it matter? Clinical Psychological Science.
육아 번아웃을 극복하는 방법
1. '엄마'가 아니라 '나'를 위한 시간을 갖기
아이를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엄마도 한 사람의 인간이다. 가끔은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많은 엄마들이 "내가 쉰다고 뭐가 달라질까?"라며 휴식을 미룬다. 그러나 작은 변화도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윤지 씨는 육아 번아웃을 깨닫고 난 후, 하루 10분이라도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아이가 낮잠을 잘 때, 밀린 집안일을 하기보다는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따뜻한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하루 종일 쌓였던 긴장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2.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육아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많은 엄마들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남편이 바쁜데 내가 힘들다고 하면 안 되지.", "친정엄마도 힘드실 텐데…" 이런 생각에 결국 모든 육아를 혼자 감당하려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육아 번아웃을 예방하려면 반드시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연구에 따르면, 배우자의 지지가 높은 경우 육아 스트레스가 30% 감소한다고 한다. (Nomaguchi & Milkie, 2020) 따라서, 배우자나 가족에게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 Nomaguchi, K. M., & Milkie, M. A. (2020). Parenthood and Well-being: A Decade in Review. Journal of Marriage and Family.
3. 완벽한 엄마가 되려는 부담감을 내려놓기
모든 식사를 직접 만들고, 집안을 늘 깨끗하게 유지하고, 아이와 매일 교육적인 놀이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면,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애쓰는 것이 오히려 육아 번아웃을 부른다.
때로는 간편식을 활용해도 되고, 집이 조금 어질러져 있어도 된다. 중요한 것은,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돌보는 것이 아이를 위한 가장 큰 배려임을 잊지 말자.
엄마도 소중한 사람이다
육아는 마라톤이다. 단거리 경주처럼 달려가다 보면 반드시 지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중간 스스로를 돌보고,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천천히 걸어가야 한다.
육아 번아웃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다. 중요한 것은 이 상태를 방치하지 않고, 스스로를 돌보며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애쓰는 대신,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되기로 마음먹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 하루,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 보자.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 조금 쉬어도 괜찮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