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이 끝나고 한숨 돌리는 줄 알았는데,
“자궁경부가 짧아졌어요”라는 말이 찾아왔어요
임신 초기에는 입덧이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하루하루 구역질과 싸우며 겨우 밥을 넘기고, 잠도 못 자고, 회사 일도 조절하면서 ‘그래도 안정기만 넘기면 괜찮겠지’ 하고 기다렸죠.
그런데 17주차 진료날, 선생님이 초음파를 보시며 조심스럽게 말하셨어요.
“자궁경부가 조금 짧아졌네요. 경과를 지켜보면서 자궁경부무력증 가능성도 염두에 둘게요.”
처음 듣는 단어에 저는 바로 인터넷을 검색했고, 결과는 공포 그 자체였어요.
조산, 절박유산, 봉합수술, 입원, 누워 지내기, 태아 생존율…
화면에 떠 있는 단어들이 무서워서 눈물이 났어요.
아직 태아는 손톱만 한데, 몸 안에서는 이미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불길한 느낌.
그 순간부터 저는 편하게 앉는 것도, 가벼운 집안일도, 모든 게 불안해졌어요.
자궁경부무력증은 자궁 입구인 경부가 출산이 오기도 전에 미리 열리거나 짧아져서, 태아를 지지하지 못하게 되는 상태예요.
자궁경부는 원래 임신 중에는 단단하고 닫힌 채로 있어야 해요. 그런데 자궁경부무력증은 증상 없이, 통증 없이, 조용히 경부가 짧아지기 때문에 진단도 늦고 불안도 커지죠.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는 자궁경부 길이가 25mm 이하일 경우, 조산 위험군으로 간주하고, 자궁경부무력증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라고 제시하고 있어요.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가 중요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죠.
자궁경부무력증 진단은 끝이 아니라,
조산을 막기 위한 새로운 시작이에요 진단을 받는 순간 대부분의 임산부는 '왜 나한테?'라는 생각부터 해요. 나쁜 자세 때문인가? 무리해서 그런가? 운동을 너무 했나? 하지만 실제로는 명확한 원인이 없는 경우가 많고, 유전적 요인, 호르몬 변화, 혹은 이전 수술력 등 복합적인 이유로 발생하기도 해요.
그렇기에 자책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조치를 차근차근 선택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해요.
대부분의 경우, 자궁경부무력증 진단 후 의료진과 함께 세 가지 주요 관리 방법을 고려하게 돼요.
첫 번째는 자궁경부봉합술(세라클라주)이에요.
자궁 입구가 미리 열리지 않도록, 바느질하듯 묶는 시술이죠. 보통 임신 12~14주 사이 예방적으로 시행되지만, 자궁경부가 짧아지는 게 확인된 시점에서도 응급 봉합술이 가능해요.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자료에 따르면, 봉합술을 받은 산모의 경우 조산 위험을 30~40% 이상 줄이는 데 효과가 있었다고 해요(출처: 서울아산병원 의학정보, 2021).
두 번째는 절대 안정과 자궁수축 억제제 사용이에요.
경부 길이가 짧아졌지만 열리진 않았거나, 봉합술 후에도 자궁수축이 발생하면, 병원에 입원해 거의 누워만 있는 생활을 하며 약물 치료를 병행하게 돼요. 정말 많은 엄마들이 이 시간을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다"고 말해요. 침대에서 혼자 태동을 기다리고, 하루에 한 번 의료진이 와서 상태를 체크하는 동안, ‘오늘 하루도 버텼다’는 게 유일한 위안이 되기도 해요.
세 번째는 경과 관찰과 자궁경부 모니터링이에요.
경부가 2.5cm 이하로 줄어들기 전 단계라면, 바로 수술이나 입원보다는 자궁경부 길이 측정과 질식 초음파로 상태를 꾸준히 관찰하는 방식도 있어요. 이 시기에는 체중 과부하를 피하고, 무리한 활동은 중단하는 등 생활 속 관리가 핵심이 돼요.
모든 대응 방법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한 건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에요. 태아는 하루하루, 일주일마다 폐 성숙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단 하루라도 더 뱃속에 있어주는 것이 생존율과 건강에 큰 차이를 만들어요. 엄마의 고요한 인내가 아이의 생명을 지켜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거죠.
두려움이 커지는 날에도, 엄마는 매일 아이와 함께 자라고 있어요
자궁경부무력증은 신체적인 부담뿐 아니라, 감정적인 불안이 크게 동반되는 진단이에요. 계획했던 태교도, 외출도, 출산 준비도 다 멈춰지고,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잠도 깊이 못 자는 밤이 이어지죠. 하지만 그 모든 시간을 지나온 엄마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게 있어요. “무섭지만, 그 시간 덕분에 내 아이가 살아 있었어요.” 이 말이 그렇게 큰 위로가 될 수 없어요.
봉합수술 후 100일 이상을 누워서 지낸 한 산모는,태동이 시작되던 21주부터는 아이가 ‘잘 있어요’라고 속삭이는 것 같아 힘이 났다고 해요. 그리고 마침내 36주에 건강하게 출산한 후, “그 모든 고요한 시간이 내게도 축복이었다”는 말을 남겼어요.
임신은 늘 ‘변수’의 연속이에요. 하지만 자궁경부무력증이라는 진단은, 그 변수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조산을 막기 위한 선택은 단지 의료 행위가 아니라, 엄마가 아이를 만나기 위해 기꺼이 감내한 기다림과 결심의 시간이기도 해요.
💛 오늘 하루 아이가 뱃속에 더 머물렀다는 건, 당신이 그만큼 잘 해냈다는 뜻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