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고 혼란스러운 그 감정, 너만 그런 게 아니에요
“이거, 나만 하는 걸까?” “이건 하면 안 되는 건가?” “중독된 걸까?” 자위를 한 뒤 찾아오는 감정은 단순한 쾌감이나 해소감만이 아니에요. 낯설고 민망하고, 심지어 스스로를 부끄럽게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이런 감정은 결코 드문 게 아니에요. 누구도 대놓고 이야기하지 않을 뿐, 정말 많은 청소년이 같은 고민을 해요. 그중 일부는 자신을 이상하게 여기기도 하고,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느끼기도 해요. 하지만 진실은 그 반대예요. 자위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너무도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신체 반응이며, 사춘기에는 특히 더 활발하게 나타나는 성장의 일부예요.
우리 몸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엄청난 속도로 변해요. 성호르몬이 본격적으로 분비되며 신체적 성징이 나타나고, 동시에 감각과 감정의 폭도 훨씬 넓어져요. 이때 성적인 자극에 대한 민감도는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자위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려는 본능이 깨어나죠. 이건 이상하거나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오히려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그 감정을 어디에 말할 수 없다는 거예요. 학교에서도 성에 대한 이야기는 시험을 위한 정보로만 다뤄지고, 가정에서는 조용히 피하거나 민망해하는 분위기가 많아요. 친구들과 농담처럼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진짜 궁금한 질문이나 불안한 감정은 털어놓기 어려워요. 그래서 더 많은 아이들이 자위를 경험하면서 동시에 죄책감과 혼란을 함께 겪게 되는 거예요.
실제로 2018년 질병관리청의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의 과반수가 자위 경험이 있으며, 그중 상당수가 “자위를 하고 나면 찜찜하고 죄책감이 든다”고 응답했어요. 이처럼 자위는 흔한 경험이지만, 죄책감은 흔히 따라오는 감정이라는 걸 알 수 있죠.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어요. 자위를 했다고 해서 이상한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에요. 중요한 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루느냐예요.
자위는 건강한 신체 반응이에요, 단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을 뿐이에요
자위는 성적 자극에 반응해 스스로 쾌감을 느끼는 행동이에요. 일반적으로 혼자 있을 때 이루어지며, 성적인 상상이나 신체 부위를 자극하는 과정을 통해 감정적‧신체적 해소감을 주죠. 이러한 자위는 인간의 성 발달에서 매우 보편적인 경험이에요. 미국 소아과학회(AAP)는 “청소년기 자위는 신체를 이해하고 개인의 성적 정체감을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또 세계보건기구(WHO)는 자위를 건강한 성행동의 일종으로 포함시키며, 교육이나 상담 시 부끄러워하거나 억압하지 말고 개인의 권리로 이해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어요(WHO, Sexual Health Report, 2010).
더불어 자위는 몸을 안전하게 탐색하는 방법이기도 해요. 타인과의 접촉이 수반되지 않고, 성병이나 원치 않는 임신의 위험도 없죠. 2016년 하버드 의과대학의 건강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규칙적이고 절제된 자위는 스트레스 감소, 수면 개선, 생리통 완화 등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어요(Harvard Health Publishing, 2016). 요컨대 자위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나쁜 습관이나 금지해야 할 행동이 아니라, 올바른 정보와 함께 이해해야 할 ‘자연스러운 신체 현상’이라는 거예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알려주는 어른이 많지 않아요. 대개는 “하면 안 된다”, “중독된다”, “나쁜 습관이다” 같은 말로 쉽게 단정짓죠. 그러다 보니 많은 아이들이 자위를 몰래 하고, 또 하고 나서 죄책감을 느끼며 스스로를 탓하게 되는 거예요. 이 과정에서 자기 혐오감이나 정체성 혼란이 생기기도 해요. 그럴수록 자위에 대한 태도는 왜곡되고, 성에 대한 생각도 자연스럽게 억압되죠. 중요한 건 자위라는 행동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떤 마음으로 하고 있고, 그 이후에 스스로를 어떻게 대하느냐예요.
만약 자위를 하고 나서 반복적으로 죄책감을 느낀다면, 자위가 문제가 아니라 그 감정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바라봐야 해요. “내가 왜 부끄러울까?”, “누가 이런 감정을 나쁘다고 알려줬을까?”, “나는 내 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런 질문을 해보면, 자위라는 행동이 아니라 나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이해하게 돼요. 그리고 그것이 바로 건강한 성의식의 시작이에요.
조절하지 못할 때가 문제예요, 중독보다 중요한 건 나를 이해하는 힘이에요
자위는 절대 나쁜 게 아니에요. 그렇다고 무조건 많이 해도 괜찮은 걸까요?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점이 있어요. 중독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정말 중독된 걸까?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중독이란, 어떤 행동을 반복해서 하면서 스스로 멈추지 못하고, 그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상태예요. 즉, 단순히 자위를 자주 한다고 해서 중독은 아니에요. 오히려 중요한 건, 자위가 ‘일상의 모든 것을 대체하게 되었는가’, ‘나에게 불편함이나 고통을 주고 있는가’예요.
예를 들어, 자위 때문에 잠을 못 자거나,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친구 관계가 불편해졌다면, 그것은 단순한 횟수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감정을 다루는 힘이 부족한 상태일 수 있어요. 혹은 외로움, 불안, 스트레스 같은 감정을 해소할 방법이 없어 자위에 의존하게 되었을 수도 있어요. 이럴 땐 자위를 끊기보다, “나는 요즘 왜 이 행동을 반복하고 있을까?”,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뭘까?” 같은 질문이 더 도움이 돼요.
그리고 필요한 경우에는 믿을 수 있는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괜찮아요. 학교 상담 선생님, 보건교사, 또는 청소년 상담센터 같은 곳은 너의 이야기를 판단 없이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어요. 자위를 부끄러워할 게 아니라, 그 감정을 이해받고 싶다는 마음 자체가 이미 성숙해지고 있다는 증거예요.
💛 자위는 잘못된 것도, 이상한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자위 때문에 내가 괴롭거나 불편하다면, 그건 멈춰야 할 행동이 아니라 돌봐야 할 감정이라는 걸 기억해줘. 자위를 하는 나도 괜찮고, 자위를 고민하는 나도 괜찮아. 너는 지금도 잘 자라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