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립션
자는 아이의 이상 행동, 부모의 걱정은 당연해요
“아이가 자면서 계속 고개를 흔들어요. 자꾸 침대에 머리를 부딪히기도 하고요. 혹시 뇌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요?”
처음 이 증상을 목격한 부모들은 크게 당황하곤 한다. 고요해야 할 잠자리에서 반복적으로 머리를 흔드는 아이의 모습은, 때론 불안하거나 무언가 통제되지 않는 듯 보여 부모를 깊은 고민에 빠뜨린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행동은 대체로 심각한 신경학적 질환과는 무관한 경우가 많다.
이런 증상은 흔히 리듬 운동 장애(Rhythmic Movement Disorder, RMD)로 불리며, 주로 생후 6개월부터 2세 사이의 영유아에게 나타나는 비교적 흔한 수면 관련 현상이다. 아이가 머리를 좌우로 흔들거나, 상체를 앞뒤로 움직이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대개 잠이 들기 직전, 또는 얕은 수면 단계에서 나타난다.
실제 임상에서는 만 3세 이하의 아이들 중 약 5~15%가 이러한 증상을 보이며, 대부분은 성장하면서 저절로 사라진다고 알려져 있다. 2016년 발표된 수면의학 학술지 Sleep Medicine Reviews에 따르면, 이 증상은 아이가 수면으로 이행할 때 신체를 진정시키기 위한 일종의 자기 위안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출처: Sleep Med Rev. 2016 Feb;25:31–39). 즉, 아이는 자신의 몸이 잠에 빠질 수 있도록 반복적인 리듬 운동을 통해 안정을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부모 입장에서 보면 이 행동이 낯설고 위험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특히 머리를 벽이나 침대 프레임에 부딪히는 행동이 잦아질 경우, 혹시 뇌손상이나 발달 지연의 징후는 아닌지 걱정되기도 한다. 물론 아주 드물게는 이런 행동이 자폐 스펙트럼이나 신경 발달 지연과 관련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는 별다른 문제 없이 이 시기를 지나가며, 다른 발달상의 지연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요? 그리고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일
아이가 머리를 흔드는 행동이 매일 반복되거나, 강도가 세지거나, 스스로 상처를 입을 정도로 진행된다면 조금 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단순한 수면 습관이며, 일정 시기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이럴 때 부모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일상 리듬과 정서 상태를 돌아보는 것이다. 수면 전 환경이 안정되어 있는지, 아이가 낮 동안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는지, 혹은 너무 피곤하지는 않은지 등을 점검해보자. 특히 하루 종일 과도하게 자극적인 활동이나 화면 노출이 많았다면, 아이는 자기 전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러한 리듬 운동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엄마들의 실제 경험담도 귀중하다. 한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16개월부터 밤마다 머리를 침대에 부딪히는 행동을 보여 크게 걱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낮 시간에는 더 많이 안아주고, 수면 전에 따뜻한 목욕과 조용한 책 읽기를 일상화하자 점차 횟수가 줄기 시작했다. 이처럼 안정적인 환경과 루틴은 아이의 신체가 편안하게 수면으로 전환되도록 도와주는 좋은 방법이다.
또한 부모가 과도하게 반응하거나 아이를 다그치는 행동은 오히려 불안감을 심화시킬 수 있다. “왜 이렇게 해?”라는 말보다는 “엄마가 네가 편하게 잘 수 있게 도와줄게”라는 말이 훨씬 효과적이다. 아이가 잠을 청하기 전 부모와의 포근한 접촉, 예측 가능한 일상 루틴, 차분한 수면 환경은 이 시기의 불안정한 수면 습관을 조절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만약 5세 이후에도 이러한 증상이 지속되거나, 낮 시간에도 유사한 행동이 반복되며 언어 지연이나 사회적 상호작용 문제까지 보인다면, 이때는 전문가의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며,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지나간다.
아이가 보내는 신호, 두려움보다 이해로 다가가야 해요
결국 아이가 잠들기 전 머리를 흔드는 행동은 단순한 ‘나쁜 습관’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로하고 조절하는 본능적인 반응이다. 엄마 뱃속에서 양수를 흔들며 잠들었던 태아처럼, 아이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수면이라는 낯선 상태에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의 뇌가 위험 신호를 보내는 것이 아닐까 걱정되더라도, 실제로 이 행동이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오히려 부모가 지나치게 통제하거나 문제 삼는 태도는 아이의 스트레스를 높이고, 습관을 더 강화시킬 수 있다. 이해와 수용을 바탕으로 한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육아 카페에서는 “우리 아이도 밤마다 머리를 침대에 부딪혀서 처음엔 놀랐지만, 돌이 지나면서 차츰 줄어들었어요. 저는 오히려 아이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잠을 청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안심이 됐어요”라는 글이 큰 공감을 얻은 바 있다. 아이의 행동에는 언제나 이유가 있으며, 그 이유를 함께 찾아가려는 부모의 노력은 아이에게 가장 큰 안정감을 준다.
또한 수면에 관한 연구들은 부모의 반응이 아이의 수면 질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2018년 Journal of Pediatric Psychology에 실린 한 연구에서는, 아이가 잠들기 전 보이는 반복적 움직임을 부모가 과도하게 통제할수록 아이의 불안이 높아지고 수면 문제가 악화된다는 결과를 보여준다(출처: J Pediatr Psychol. 2018 Jan;43(1):18–27).
따라서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은 아이를 지켜보되, 과도한 개입 없이 부드럽고 일관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태도를 거울삼아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운다. 아이의 모든 움직임은 자라고 있다는 신호이며, 부모의 안정된 반응은 그 길을 함께 걷는 따뜻한 발자국이 된다.
💡 당황스럽고 무섭게만 느껴졌던 아이의 머리 흔들기. 하지만 아이는 그만의 방식으로 성장 중이에요. 아이의 신호를 믿고, 부드럽게 반응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