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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고학년 성교육, 민망하지 않게 시작하는 대화법

by lloooopsll 2025. 5. 6.

자녀는 이미 알고 있다, ‘성’에 대한 부모의 침묵

많은 부모는 아이가 초등 고학년이 될 때쯤 뭔가 말을 해야겠다고 느낀다. 몸이 변하고, 갑자기 방에 혼자 있으려 하고, 질문을 하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뭔가를 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성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면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고, 자칫하면 아이가 더 민망해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심지어 ‘괜히 내가 먼저 꺼냈다가 오히려 호기심만 더 키우면 어쩌지?’라는 불안까지 따라온다.

하지만 이 시기를 놓치면 아이는 다른 경로에서 성에 대해 배우게 된다. 그것이 건강한 정보인지, 왜곡된 자극인지 부모는 확인할 수 없다. 실제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2021)에 따르면 초등 고학년 중 약 45%가 온라인이나 친구를 통해 이미 성에 대한 정보를 접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부모에게 성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단 10%도 되지 않았다. 아이들이 성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물어볼 환경이 없었던 것이다.

이 시기에 성교육은 단순히 생식기 구조를 알려주는 것을 넘어선다. 몸의 주인으로서 스스로를 이해하고, 감정과 경계를 인지하는 법을 배우는 첫걸음이다. 아이의 성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따라서 부모가 용기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완벽한 설명이 아니어도 괜찮다. 오히려 서툴러도 괜찮다는 태도, 아이를 존중하는 자세가 아이의 마음을 열게 한다.

초등 고학년 성교육, 민망하지 않게 시작하는 대화법
초등 고학년 성교육, 민망하지 않게 시작하는 대화법

“엄마/아빠, 나 요즘 몸이 좀 이상해”가 던지는 신호

어느 날 아이가 뜬금없이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요즘에 가슴이 간질간질해” 혹은 “자꾸 팬티에 뭐가 묻어.” 부모는 당황스럽지만, 사실 이건 아주 중요한 대화의 신호다. 아이가 성과 관련된 궁금증을 표현한 드문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 순간 “에이, 그건 그냥 크는 거야~”라고 넘기면 다시는 이런 질문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럴 땐 우선 아이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도 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령 딸아이가 분비물에 대해 물어봤다면 “그건 네 몸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변화야. 앞으로 생리를 하게 될 수도 있거든.”이라고 부드럽게 설명할 수 있다. 아들에게 성기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면 “몸이 크는 과정이야. 누구나 조금씩 다르게 변하고,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야.”라는 말로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아이는 ‘정확한 용어’보다 ‘부모의 태도’를 먼저 기억한다. 예를 들어 “자궁이란 말 들어봤어?”라고 먼저 질문해보는 것도 좋다. 아이가 “어? 들어봤는데 잘 몰라”라고 반응하면, 자연스럽게 설명을 이어갈 수 있다. 아이의 반응에 따라 정보를 조금씩 나눠주는 식으로 접근하면 아이도 부담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혹시 아이가 민망해하거나 “그런 얘기 왜 해?”라며 피할 수도 있다. 이때는 “엄마도 처음에 이 얘기할 때 좀 쑥스럽더라. 근데 네가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 그래.”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자. 부모가 부끄러움을 인정할수록 아이도 마음의 문을 연다.

부모-자녀가 함께 성장하는 성 이야기, 정답은 관계 속에 있다

초등 고학년 성교육은 단발성으로 끝내선 안 된다. 관계 안에서 반복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일상 속에서 성 관련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습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TV를 보다가 데이트 폭력이나 연애 이야기가 나오면, “저건 상대방의 감정을 무시한 행동이야. 사랑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어.”라며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혹은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은 날 아이가 돌아왔을 때, “오늘 성교육 어땠어? 너한테 가장 신기했던 내용은 뭐야?”라고 질문해보자.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아이의 인식을 존중하는 태도라는 것이 느껴져야 한다. 이때 중요한 건 평가하거나 교정하지 않고, 들어주는 자세다.

한 가지 더 중요한 팁은,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다.
“그건 틀렸어” 대신 “그건 왜 그렇게 생각했어?”
“그건 하면 안 돼” 대신 “그렇게 했을 땐 어떤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이렇게 바꾸기만 해도 대화의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지고,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정리해보게 된다.

그리고 부모 자신이 먼저 배우는 자세도 중요하다. 성교육 책이나 영상, 강의를 아이와 함께 보며 “나도 이런 건 오늘 처음 알았어.”라고 말해주는 순간, 아이는 ‘엄마 아빠도 나랑 같이 배우는 중이구나’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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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및 마무리

초등 고학년 성교육은 부끄러움을 감추는 기술이 아니라, 서툴지만 용기 내어 대화하려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아이의 질문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정답보다 진심을 담은 대화로 이어간다면 아이는 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성교육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