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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 손목이 아파요, 산후건초염일까요?

by lloooopsll 2025. 4. 27.

 


출산 후 손목이 아파요, 산후건초염일까요?
출산 후 손목이 아파요, 산후건초염일까요?


아기를 안는 손이 아파지기 시작했어요, 단순한 피로일까요?

출산 이후의 하루는 예측할 수 없는 순간들로 가득해요. 아이가 언제 울지 모르고, 언제 잠들지 모르며, 언제 먹을지조차 일정하지 않은 시간들이 반복되죠. 그 속에서 엄마의 몸은 회복도 끝나지 않은 채 아기를 끊임없이 안고, 들고, 먹이고, 달래는 일을 이어가요. 그러다 어느 날, 그동안 아무렇지 않던 손목에 묘한 통증이 찾아와요. 처음엔 “아기를 많이 안아서 그렇겠지” 하고 넘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손을 움직이기만 해도 찌릿한 통증이 생기고, 아기의 몸을 받쳐 들기조차 어려워져요.

 

이런 경험은 의외로 많은 산모가 겪고 있어요. 출산 후 수유, 안기, 목 받치기 등 반복적인 손목 사용으로 인해 힘줄과 주변 조직에 미세한 염증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증상, 바로 산후건초염(드퀘르뱅 증후군)이에요.

특히 손목 바깥쪽, 엄지손가락 아래쪽에서 통증이 시작되고, 그 통증이 손목 전체와 팔까지 번지게 되면 손을 움직이는 모든 일이 어렵게 느껴지죠. 수건을 짜거나 스마트폰을 쥐는 단순한 동작조차 버겁고, 어떤 날은 컵조차 들 수 없을 만큼 통증이 심해지기도 해요.

 

산후건초염은 ‘아기를 많이 안아서 생기는 피로’가 아니에요. 출산 후 체내 호르몬 변화로 관절이 느슨해진 상태에서, 반복되는 동작으로 인한 부담이 쌓이면서 생긴 분명한 염증 상태예요. 통증은 대개 출산 1~2개월 차부터 시작되어,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6개월 이상 지속되기도 해요. 어떤 산모는 손목이 너무 아파서 수유 중에 아기를 떨어뜨릴까 봐 불안해졌다고 말해요. 육아의 중심이 되어야 할 손이 아파오면, 아이를 향한 애정에도 불안이 스며들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문제는, 많은 엄마들이 이 통증을 그냥 ‘참아요’. 아이를 돌보는 일이 워낙 바쁘고, 병원에 다녀오는 것조차 큰 일이기 때문이에요. 더구나 “다들 그런 거 아니야?”, “좀 지나면 낫겠지”라는 말이 건너오면, 그저 ‘견디는 게 육아’라는 착각에 갇히게 되죠.
하지만 이건 단순한 인내로 해결할 수 있는 통증이 아니에요. 몸이 말하고 있어요. “지금 나를 쉬게 해줘야 한다고.”


왜 엄마들에게 산후건초염이 이렇게 흔할까?

산후건초염은 모든 산모가 겪는 건 아니지만, 아이를 오롯이 자신만의 손으로 돌봐야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리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주변 환경이 부족할수록 더 많이 나타나요.
그 중심엔 출산 후 변화된 몸 상태와 반복되는 육아 행동이 있어요. 출산 직후, 산모의 몸은 여전히 이완된 관절과 연골 조직을 가지고 있어요. 임신 동안 분비되었던 릴랙신(relaxin) 같은 호르몬은 관절과 인대를 유연하게 만들어 출산에 도움을 줬지만, 출산 이후에도 한동안 그 영향이 이어지죠.

 

그 상태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 이상 아기를 안고, 머리를 받치기 위해 손목을 꺾고, 수유 중에 아기의 몸을 받쳐 고정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면 손목과 손가락, 팔꿈치에까지 무리가 오게 돼요. 특히 손목 바깥쪽의 두 개의 힘줄, 즉 엄지를 움직이는 장무지외전근(abductor pollicis longus)단무지신근(extensor pollicis brevis) 이 지나치게 사용되면서 염증이 생기고, 힘줄이 지나가는 통로인 건초(sheath)에 부종이 생기며 움직임 자체가 통증을 유발하게 돼요.

 

아이를 향한 정성스러운 손길 하나하나가, 사실은 손목의 부담이 되어 돌아오는 이 모순적인 구조는 엄마에게 육체적 피로뿐 아니라 정서적 무력감까지 주게 돼요.
특히 첫아이일수록, 수유, 트림, 안기, 눕히기 등 모든 동작을 더 조심스럽게 반복하게 되고 그만큼 손의 피로는 빠르게 쌓여요.

게다가 육아는 쉴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예요. 통증이 있어도 아이를 안지 않을 수 없고, 손을 쓰지 않으면 하루가 돌아가지 않으니 몸은 회복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계속 손상되고 마는 거예요.


회복이란 멈춤이 아니라, 다르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

산후건초염이 생겼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휴식’이지만, 육아의 현실 속에서 완전한 휴식은 쉽지 않다는 걸 우리는 잘 알아요.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통증을 유발하는 손의 사용을 바꾸는 것’ 이에요.

아기를 안을 때, 손목을 꺾는 자세 대신 팔 전체를 이용해 몸을 받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통증은 확연히 줄어들 수 있어요.
수유 자세도 마찬가지예요. 수유 쿠션을 꼭 사용하고, 아기의 머리 무게가 손목으로 쏠리지 않도록 조정해주는 것. 이건 단순한 편안함을 위한 게 아니라, 손목에 가해지는 지속적인 압박을 줄여주는 ‘예방’의 시작이에요.

또한 손목에 통증이 심할 경우엔 보호대를 착용하거나, 수유 이후에 온찜질을 하는 것도 효과적이에요. 온찜질은 혈류를 증가시켜 염증 물질의 배출을 돕고, 긴장된 근육을 풀어줘요. 냉찜질은 붓기나 열감이 동반된 급성기 통증에 좋고, 만성화되었을 땐 따뜻한 찜질이 더 적합해요. 자신의 통증 상태에 따라 번갈아 시도해보는 것도 좋아요.

 

무엇보다도, ‘이 정도는 참아야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게 가장 중요해요. 통증은 우리 몸이 보내는 명확한 신호예요. 그리고 그 신호는 무시해도 사라지는 게 아니라, 무시할수록 더 커지고 깊어져요. 산후건초염을 제때 관리하지 않으면, 아이를 돌보는 일상 자체가 고통스러워지고, 결국엔 아이를 향한 손길마저 움츠러들게 돼요.

 

💛 아픈 손은 결코 약한 손이 아니에요. 그건 오랫동안 멈추지 않고 아기를 품었던 손이에요.\ 지금 필요한 건, 그 손을 탓하는 게 아니라, 조금 멈추고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에요. 당신이 쓴 손만큼, 이제는 당신 자신을 위한 움직임이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