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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자꾸 야한 걸 보여줘요, 불편했던 마음은 틀리지 않았어요

by lloooopsll 2025. 5. 1.

친구라서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자꾸 불편했어요

사춘기를 지나면서 많은 아이들이 성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돼요.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몸이 변하고 감정의 폭이 넓어지면서 ‘왜 이런 생각이 들지?’, ‘다른 애들도 이런 장면 보면 흥분할까?’ 같은 궁금증이 생겨요. 그런데 문제는 이 성에 대한 호기심이, ‘장난’이라는 이름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공유되기 시작할 때예요. “야, 이거 진짜 웃겨”, “너 이거 본 적 있어?”, “이게 진짜 대박이야”라는 말과 함께 스마트폰을 들이밀고, 야한 영상이나 사진을 보여주는 친구가 있어요. 그 장면을 본 순간 마음이 이상해져요. 처음엔 놀라고, 그 다음엔 뭔가 찜찜하고, 웃는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당황하게 돼요. “나만 이렇게 불편한 걸까?”, “이걸 싫다고 말하면 너무 유난스러워 보이려나?”, “다른 애들은 다 재밌어하던데, 나만 이상한 건가?”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엉켜서 더 혼란스러워지죠. 그런데 말해주고 싶어요. 그 감정, 전혀 이상한 게 아니에요. 오히려 아주 건강한 반응이에요. 나의 감정이 ‘이건 불편해’라고 알려준 거니까요.

2021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성인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의 약 68%가 처음 음란물을 본 계기를 ‘친구의 권유 또는 장난’을 통해서라고 답했어요. 그만큼 많은 아이들이 ‘우정’이라는 이름 아래 성적 콘텐츠에 노출되고 있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그 순간 아이들 대부분은 ‘원해서’가 아니라 ‘거절하지 못해서’ 보게 돼요. 보지 않으면 친구가 날 무시할까 봐, 혹은 내가 ‘너무 순하다’, ‘쫄보다’라는 말을 들을까 봐 그냥 웃고 넘기고, 머릿속에는 그 장면이 남아 있고, 마음은 찜찜해져요.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건 “다들 그러니까 나도 괜찮아져야 해”가 아니에요. 오히려 “나는 이게 불편했어”라고 내 감정을 인정하고, 지킬 줄 아는 사람이 진짜 성숙한 사람이에요.

친구가 보여주는 콘텐츠라도, 내가 원치 않았다면 그건 분명한 ‘경계 침해’예요. 성적 자기결정권은 단지 성관계를 할지 말지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에요. 어떤 장면을 보고 싶을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을지, 그 모든 감각적인 경험에 대해 ‘동의할 권리’가 나에게 있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거절의 시작은 작은 용기에서부터 나와요. 감정을 억누르고 참기보다는, 내 감정의 정당함을 믿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해요. “나는 불편했어”, “그런 건 나한테 안 보여줬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건 친구를 배신하는 게 아니라, 나를 지키는 거예요.


친구가 자꾸 야한 걸 보여줘요, 불편했던 마음은 틀리지 않았어요
친구가 자꾸 야한 걸 보여줘요, 불편했던 마음은 틀리지 않았어요

성에 대한 호기심은 자연스럽지만, 공유에는 책임이 따라요

사춘기 아이들이 성적인 콘텐츠에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궁금한 건 알고 싶고, 알고 나면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고, 공유하면서 자신이 무언가를 아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그건 정말 흔한 심리예요. 하지만 성적인 콘텐츠는 단순한 웃음거리나 정보 공유가 아니에요. 그건 굉장히 강한 자극이고, 보는 사람의 감정과 감각, 심리적 상태에 따라 영향을 크게 줄 수 있어요. 특히 아직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자라고 있는 사춘기에는 그 영향이 더 커요.

예를 들어 한 친구는 그 장면을 보고 아무렇지 않을 수 있지만, 또 다른 친구는 그 영상이 트라우마처럼 머릿속에 남을 수도 있어요. 실제로 아동청소년 성심리연구소의 상담 통계에 따르면, 또래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음란물에 노출된 청소년 중 41%가 이후 ‘성적 상상, 수치심, 반복적인 불안감’을 경험했다고 보고했어요. 단순히 "그냥 장난이었다"는 말로 넘길 수 없는 이유예요. 성적인 콘텐츠는 감정에 영향을 주고, 성적 인식에 왜곡을 불러올 수 있어요. 그리고 그걸 ‘보여준’ 사람에게도 책임이 따라요.

관계에서 중요한 건 ‘내가 편하다고 해서 상대도 편하리라’고 가정하지 않는 거예요. 누군가와 무언가를 공유할 때는 항상 상대의 동의를 먼저 확인해야 해요. 이건 성적인 콘텐츠뿐만 아니라 농담, 신체 접촉, 사적인 이야기 등 모든 감정의 영역에서 똑같이 적용되는 기준이에요. 특히 성은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라, 누군가의 몸과 감정, 그리고 관계의 문제예요.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더 정중해야 해요.

이 시기엔 친구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도 커져요. 함께 뭔가를 나누고, 같은 걸 보고, 같은 반응을 하며 유대감을 느끼고 싶어져요. 하지만 진짜 유대는 서로를 존중하는 데서 생겨요. 성적인 호기심을 가진 건 괜찮지만, 그걸 친구에게 무심코 공유하는 건 ‘나의 자유’를 넘어선 일이에요.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콘텐츠라면, 그것을 공유하기 전에 반드시 멈추고 한 번 더 생각해야 해요. 나와 친하다는 이유로 상대의 경계를 넘는 건 우정이 아니라 권한 없는 침입이에요.


나를 지키는 거절은 관계를 망치는 게 아니라, 진짜 우정을 만드는 일이에요

친구 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건 ‘거절’이에요. 특히 다수가 즐기고 있을 때, 혼자만 다른 반응을 보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속으로 불편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겉으로는 웃거나 아무렇지 않은 척해요. 그런데 그럴수록 나의 감정은 점점 작아지고, 나 자신에 대한 신뢰도 줄어들어요. 시간이 지나면 “나는 왜 늘 참아야 하지?”, “왜 내 감정은 중요하지 않지?” 하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돼요.

그래서 정말 중요한 건, 내 감정에 솔직해지는 거예요. 싫은 건 싫다고, 불편한 건 불편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해요. 그걸 말하는 순간 관계가 깨질까 걱정되겠지만, 사실 그런 말을 듣고 진심으로 무시하는 친구라면, 그건 이미 건강한 관계가 아니에요. 오히려 ‘내가 싫어하는 걸 말했을 때 그걸 들어주는 친구’야말로 진짜 친구예요. 관계는 거절을 통해 더 단단해지기도 해요.

거절이 어렵다면, 연습해도 좋아요. “나 그건 잘 못 보겠어”, “나 그런 건 안 좋아해”, “조금 불편하니까 다른 얘기 하자”처럼 부드럽지만 단호한 말투를 만들어보는 거예요. 처음엔 어색하더라도, 그 말을 할 수 있는 순간부터 내 감정은 더 이상 무시되지 않아요. 그리고 그 말은 나 자신에게도 아주 큰 힘이 돼요. ‘나는 내 감정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야’라는 믿음은, 사춘기를 지나며 진짜 자존감을 키워주는 중요한 힘이 될 거예요.

 

💛 친구가 자꾸 야한 걸 보여줘서 불편했던 너, 괜찮아요. 그 감정은 진짜예요. 남들이 다 괜찮아 보여도, 너의 감정은 너만이 느끼는 거니까요. 불편한 걸 불편하다고 말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오히려 그게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길이에요. 감정의 경계를 지키는 용기, 관계 속에서 나를 아끼는 선택, 그 모든 걸 지금 너는 하나씩 해내고 있어요. 그래서 이미 너는 잘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