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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검진이나 유산 후 검사에서 ‘항인지질 항체 양성’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라고 당황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자가면역질환’이라는 생소하고 위협적인 용어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욱 혼란스러운 것은 현재 아무런 증상이 없는데도 이상 소견이 나왔다는 점입니다. 특히 임신을 준비하거나 반복 유산을 겪은 여성들에게 항인지질 항체 양성 판정은 큰 걱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증상 항인지질 항체 양성자, 즉 증상은 없지만 검사상 항체가 양성인 경우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이 글에서는 무증상 항인지질 항체의 의미, 건강 위험도, 임신과의 연관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드립니다.
무증상 항인지질 항체 양성,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항인지질 항체는 면역계가 우리 몸 일부를 외부 침입자로 잘못 인식하여 스스로 공격할 때 생성되는 자가항체입니다. 이 항체들은 혈액 내 지질 성분을 목표로 하며, 그로 인해 혈전(피떡)이 생기기 쉬운 상태로 만듭니다. 하지만 모든 항인지질 항체 양성자가 반드시 질병을 앓는 것은 아닙니다. 임상에서는 ‘무증상 항인지질 항체 양성자’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혈액검사에서는 항체가 양성이지만, 현재까지 혈전증, 유산, 기타 임상 증상이 없는 상태를 뜻합니다.
실제로 일반 인구의 약 1~5%가 항인지질 항체를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평생 아무런 증상 없이 지냅니다. 미국 류마티스학회(ACR)는 항인지질 항체 양성자 중에서 실제로 항인지질 항체 증후군(APS)으로 발전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항체가 임신, 장기 비행, 수술, 장기간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트리거(trigger)될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해야 합니다.
즉, 지금은 무증상이라 해도 몸 상태가 크게 바뀌는 상황에서 위험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항인지질 항체 양성자의 건강 위험, 방심해도 될까?
항인지질 항체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반드시 건강에 위협이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항체의 종류와 수치, 그리고 반복 측정 결과에 따라 혈전 질환이나 임신 합병증의 발생 가능성은 달라집니다. 항인지질 항체 중에서도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항카디오리핀 항체, 베타2-글리코프로테인 I 항체, 루푸스 항응고인자 중 두 가지 이상이 양성
- 항체 수치가 매우 높거나, 12주 간격으로 반복 검사에서도 지속적으로 양성
- 루푸스나 다른 자가면역질환이 동반된 경우
이런 고위험군은 시간이 지나며 실제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며, 일부는 정맥혈전증, 심부정맥혈전증(DVT), 폐색전증, 뇌졸중, 반복 유산 등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증상이라도 검사를 통해 양성이 확인되었을 경우, 정기적인 추적 관찰과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장시간 앉아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나, 경구피임약을 복용 중인 경우, 장거리 여행을 자주 가는 사람은 혈전 발생 위험을 줄이기 위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또한 흡연, 고지혈증, 고혈압 등 심혈관 위험 인자를 가지고 있다면 반드시 조절해야 하며, 필요 시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약물 복용 여부는 전문의 판단에 따라 결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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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인지질 항체 양성과 임신,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무증상 항인지질 항체 양성자 중에서도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은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항체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태반의 혈류 순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고, 특히 과거에 한 번이라도 원인불명의 유산, 태아 성장 지연, 자간전증 등의 경험이 있었다면, APS 진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치료를 고려해야 합니다.
임신 전 항체 수치를 재검사하고, 산부인과 및 류마티스 전문의의 협진 하에 임신을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 경우 저용량 아스피린이나 저분자량 헤파린 주사로 태반 혈류를 원활히 유지하며, 유산 위험을 낮추는 치료를 받게 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항인지질 항체 양성자라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임신 성공률은 80% 이상에 이른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출처: Clark et al., 2016, Obstetrics & Gynecology)
현재 증상이 없더라도, 항체가 존재한다면 임신 중 변화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혈전 위험을 낮추는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한 임신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임신 중 출혈, 복통, 갑작스러운 부종 등의 증상이 있다면 빠르게 병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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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며
무증상 항인지질 항체 양성은 지금 당장은 증상이 없어도, 몸의 균형이 흔들리는 특정 상황에서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이라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여 항체 유형과 수치를 점검하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관리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항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걱정하거나 자책할 필요는 없지만, 적절한 대비는 건강한 삶과 임신을 이어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숫자일 수 있는 검사 결과가, 내 삶의 방향을 바꾸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항인지질 항체 양성, 지금은 괜찮을지 몰라도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대처하는 것이 진짜 건강을 위한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