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대상과 과정, 고민까지 정리해드릴게요
‘좋은 배아이지만 착상이 안 돼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난임 클리닉을 찾은 부부가 흔히 듣는 말이 있다.
“배아 상태는 좋은데 착상이 되지 않네요.”
그 말은 처음엔 희망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래도 배아는 괜찮다니까.
하지만 반복될수록 불안이 커지고, ‘혹시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때 의료진이 제안하는 검사 중 하나가 바로 PGT(Preimplantation Genetic Testing), 착상 전 유전진단 검사다.
PGT는 말 그대로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되기 전, 유전적인 이상 여부를 미리 검사하는 과정이다.
배아를 자궁에 넣기 전, 세포 일부를 채취해 염색체 이상이나 유전질환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인데, 이 검사가 의미 있는 이유는
‘좋은 배아 = 유전적으로 건강한 배아’는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의학유전학회에 따르면, 정상적으로 수정된 배아 중에서도 40~60% 이상이 염색체 이상을 가지고 있을 수 있고, 이로 인해 착상이 안 되거나 초기 유산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출처: 대한의학유전학회 임상지침, 2021).
즉, 눈으로 본 배아의 모양과 실질적인 유전적 건강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거다. 이런 이유로 PGT 검사는 최근 40대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뿐 아니라 반복착상실패(RIF), 반복유산 경험자, 특정 유전질환 보인자에게 적극 권장되는 경우가 많아졌고, 시술 전 유전자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보다 건강한 배아를 이식함으로써 착상률과 출산율을 높이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검사 대상이 아니라고 했지만, 정말 안 해도 될까요?
병원에서는 흔히 “반복 유산이 없다면, 아직 PGT 검사까지는 필요 없어요”라고 말한다.
실제로 PGT는 고비용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체외수정(IVF) 과정을 거친 후에도 착상이 되지 않거나 유산을 반복할 경우에만 추천되곤 한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많은 부부가 이 말 뒤에도 끝없는 불안을 느낀다. 특히 난자 채취는 잘되지만, 배아가 분할되지 않거나 이식 후 실패가 반복될 때는, ‘내가 놓치고 있는 뭔가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막연한 의심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한 37세 여성은 세 번의 이식 실패 후 “혹시 유전적인 문제가 있는지 검사받고 싶다”고 했지만, 병원에서는 “아직 연령도 괜찮고, 반복 유산도 없으니 다음 주기까지 기다려보자”고 권했다. 그녀는 결국 자비로 PGT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모든 배아 중 단 하나만 정상 염색체로 확인되었다. 그 한 개의 배아를 이식했고, 지금은 임신 24주에 접어들었다.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세 번의 상처를 줄일 수 있었을지도 몰라요”라는 말이 긴 여운을 남겼다.
PGT를 꼭 해야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반복된 실패 앞에서 이 검사가 마음의 방향을 정해주는 실마리가 되는 경우는 분명히 있다. 또한, 유산을 반복한 경험이 있는 부부에게 PGT는 단순히 ‘정상 배아 선별’이 아니라, 감정의 회복과 자기 확신을 돕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검사는 선택이지만, 결정에 필요한 정보는 꼭 있어야 해요
PGT는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 PGT-A (염색체 숫자 이상 검사)
- PGT-SR (염색체 구조 이상 검사)
- PGT-M (단일 유전자 질환, 예: 헌팅턴병, 지중해빈혈)
대부분은 PGT-A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 과정은 수정란이 5일 차 정도 되었을 때, 배아에서 극소량의 세포를 떼어내 유전정보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과학적으로는 이걸 배반포 생검(Biopsy)이라고 한다. 이 검사를 위해서는 체외수정과 배반포 배양이 선행되어야 하며, 결과 확인까지는 보통 1~2주가 걸린다. 정상 배아가 확인되면, 그때 자궁 내 이식을 진행하거나 냉동 후 다음 주기에 이식할 수 있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PGT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임신이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유전자 문제가 명확히 제거된 배아를 이식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줄이고, 임신 가능성과 출산까지의 여정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검사 여부를 고민할 때는 ‘꼭 해야 하나요?’보다, “이 검사가 지금 내 상황에서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게 도움이 된다.
PGT는 누군가에게는 정답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심리적 압박과 재정 부담만 안겨주는 선택일 수도 있다.
💛 결정은 오직 당신의 것이이다. 중요한 건, 당신이 더 이상 불안에만 머물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와 선택지를 갖는 것.